내맘대로 즐기는 2004 광주 비엔날레

September 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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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즐기는 2004 광주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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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광주 비엔날레가 9월 10일부터 11월 13일까지 65일 동안 광주중외공원 일원과 5.18 자유공원, 광주지하철 일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라고 하는군요. 주제에 대해 공식홈페이지(http://www.gwangju-biennale.org/)에서는 이렇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2004 광주비엔날레의 기본 방향인 '동양적 사유의 담론'을 안내하는 하나의 '표상'으로 설정되었으며 생성과 소멸을 전제로 한 자연적 생명현상과 질서의 생태학적 해석을 담고 있다.
'먼지 한 톨'은 현대 산업사회, 문명사회, 소비사회의 각종 억압과 파열음의 상징이며 소멸의 동기이자 무생물적 분자지만 물과 섞여 생명체로 거듭나는 희망의 메시지로서 낱알의 의미를 갖게 하였다.
'물 한 방울'은 소멸하는 것들에 대하여 다양한 운동현상을 제공하고 소통케 하는 생물학적 매개물이다. 따라서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은 기와 멸, 생성과 소멸의 교차현상이자 순환과정으로서 문화생태학적 제안을 함축하고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람. 되게 어렵네. 좀 쉽게 설명해주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눈높이 교육, 이름하여 내맘대로 즐기는 2004 광주 비엔날레를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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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비엔날레'의 뜻부터 알아봅시다. 비엔날레(Biennale)라는 말은 원래 이탈리아어로 '2년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1895년 베네치아시에서 창설되어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베네치아 비엔날레(지금은 짝수해에 개최됩니다)와 같이 매 2년마다 열리는 미술전람회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1951년에 창설된 브라질의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해마다 교대로 개최되는 가장 대표적인 비엔날레입니다. 이런건 외워두면... 데이트 할때나 자녀들 앞에서 써먹기 좋습니다.

여기서 문제. 이번 2004 광주 비엔날레는 제5회입니다. 그럼 광주 비엔날레의 역사는 몇년이나 되었을까요? 비엔날레는 2년마다니까 당연히 10년. 쉽죠? ^^

이번 광주 비엔날레의 가장 큰 특징은 '참여관객제도'라는 것을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말그대로 관객이 관람만 하는게 아니라 작품 제작에 참여한다는 뜻이지요. 이를 위해서 농부 · 기능공 · 회사원 · 주부 · 학생 · 군인 등의 평범한 ‘일반관객’으로부터 시각예술을 제외한 인문, 사회, 자연과학 , 그리고 예술분야의 ‘전문가’, 또는 시대적 쟁점과 현안에 대하여 제안하고 행동하는 ‘문화행동가’까지 3개 분야 42개국에서 60명의 참여관객을 선발, 전시회에 참여하는 작가와 짝을 맺어주고 작가와의 토론을 통해 작품제작에 참여하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예술작품의 생산자(작가)와 소비자(관객)가 함께 작업을 하도록 한 것이지요.

어떤 결과가 생겼을 것 같으세요? 열띤 토론으로 화목하게 협동하며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이름만 올려놓은채 작가가 혼자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혹은 서로 다투기도 하고... 다양한 모습이 나타났겠지요? 이것 또한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실험이 되었던 셈이지요.

그럼 이제 공부도 했으니까 본격적으로 작품을 감상해 보도록 하지요.

 

 

 

 

 

 

저 사진에 보이는게 뭔지 아시겠나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뻥튀기 과자랍니다. 이 뻥튀기를 이용한 작품이 이번 2004 광주 비엔날레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이경호 작가의 '…행렬 달빛소나타'라는 작품이랍니다. 그러고보니 뻥튀기의 모습이 마치 땅에 떨어진 달처럼 보이기도 하는군요.

뻥튀기 기계를 다각도로 촬영한 영상이 세 벽면에서 비춰지는 전시장, 그 중앙에는 쉴새없이 뻥튀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기계와 수북히 쌓여있는 싸구려 과자의 대명사 뻥튀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명품의 대명사 '프라다'에서 디자인한 종이봉투를 1000원씩에 팔고 있답니다. 사람들은 뻥튀기를 맘껏 먹기도 하고 프라다 가방을 구입해서 원하는만큼 담아서 가져갈 수도 있답니다. 작가는 이렇게 ‘쌀이 튀겨질 때 나오는 김(생명)과 김의 증발(죽음)’, ‘싸구려 뻥튀기와 명품 프라다 제품'의 대립을 통해 상반된 가치들이 병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하는군요. 이 아이디어를 얻는데는 참여관객이었던 패션그룹 프라다의 경영인 미우챠 프라다도 한 몫을 했구요.

참고로 3-4초마다 튀어 나오는 뻥튀기 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 숫가락 분량의 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결국 1주일에 6가마, 폐막일까지 계산하면 50가마 이상의 뻥튀기용 영양밀쌀 필요하다고 하니까 다른건 몰라도 유지비 면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 작품은 전준호의 ‘In God We Trust’입니다. 영상으로 상영되는 이 작품에서는 10달러, 2달러, 100달러짜리 미국 지폐 그림을 배경으로 작가가 등장, 지폐 속 사람들에게 독립기념관으로 가는 길을 묻기도 하고 두루마기 차림의 작가 자신이 독립기념관에서 제퍼슨이 선 자리에 서서 '기미독립선언문'을 읽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100달러 지폐 속에서 '타향살이'의 곡조가 흐르는 가운데 작가가 허탈하게 걸어가는 모습입니다. 달러 지폐를 스캔해 대형 화면으로 만들고 작가의 모습을 찍어 합성한 작품으로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풍자하며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꼬는 의미를 담고 있답니다.

이 작품에도 역시 참여관객인 인권운동가 최완욱 광주인권운동센터 사무국장과의 토론을 통해 관객의 시각과 작가의 시각이 조화를 이루도록 한 점이 돋보이는군요.

 

 

전시실을 이어주는 통로의 난간에도 이렇게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환상적인 색채로 물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저 작품의 제목은 '돌아오지 않는 강(The River of No return)'. 미국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작품으로 가로 16.7m, 세로 1.85m 크기의 LED(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작품입니다. 왜 지하철 타실때 열차가 도착한다고 알려주는 전광판 있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거지요. 크기가 크다보니 엄청난 수의 LED가 필요했고 총 3억5천만원에 달하는 제작비 때문에 자칫 설치가 무산될 뻔 했으나 광주지역 중소벤처기업의 LED 협찬으로 빛을 보게 됐다고 하네요.

 

 

정말 오랫만에 보는 연탄재의 모습이지요? 민중미술 작가로 잘 알려진 화가 박불똥씨의 작업에 시인 고은이 관객으로 참여한 ‘불후-진폐증에서 삼림욕까지’랍니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연탄이 진폐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서 다시 자연의 산림욕을 찾게되는 현대 산업사회의 모순. 작가 박불똥씨는 연탄과 나무를 소재로 이러한 아이러니를 고발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먼지라는 주제에 참 잘 맞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시지요?

자, 대표적인 작품 몇가지를 둘러본 지금, 이제 처음에 있는 주제설명을 다시 천천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먼지 한 톨'과 물 한 방울'. 먼지와 물을 통해 소멸과 생성, 퇴보와 진보, 그리고 그 사이의 모순들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주제라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암호와도 같던 설명문이 조금은 이해되신다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박불똥씨와 함께 작업했던 원로시인 고은씨는 이번 광주비엔날레 주제에 대한 주제시를 창작, 전시실 외벽에 전시하고 있답니다. 먼지와 물이 갖는 이미지에 주목하면서 한번 감상해 보시지요.

한 톨의 먼지는 기억한다
그 누구의 삶으로
대신할 수 없는
나의 삶을

한 방울의 물은 꿈꾼다
그 웅덩이
그 바다에서도
끝나지 않을
나의 삶을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간다
나의 자유여
한 톨의 먼지
한 방울의 물로 돌아가
어쩌면 이 세계를 다시 시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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