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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경호 “백남준을 기리며···”

어두컴컴한 갤러리 내부에 러닝머신 한대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고, 그 위엔 고물 바이올린 한 대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설치작가 이경호씨의 개인전이 28일까지 열리는 평창동 갤러리 세줄에 전시된 이 작품의 제목은 ‘백남준을 기리며…’다. 1961년 뉴욕 브루클린 거리에서 백남준이 바이올린을 줄로 매달아 끌고 다녔던 퍼포먼스 ‘땅에 끌리는 바이올린’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학생시절 처음으로 한 미술작업이 아끼던 기타에 물감을 채워놓고 TV를 부수는 퍼포먼스였다”는 작가는 존경하는 백남준과 그 퍼포먼스에 대한 오마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백남준 대신 바이올린을 끌고 가는 러닝머신은 더이상 세상에 없는 백남준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또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일상에 끌려다니는 우리의 모습은 항상 같은 속도로 입력되어 있는 러닝머신 위의 바이올린과 겹쳐지면서, 바이올린이 끌리며 내는 ‘끽끽~’ 소리는 일상의 노곤함에 지르는 우리의 한숨과 비명 같다. 게다가 복잡한 이론과 개념을 덧입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무거워져 버린 ‘현대미술의 살을 빼자’는 익살도 담겨 있다.

지난 9일은 백남준 타계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백남준미술관 기공식이 경기문화재단 관계자와 부인 구보다 시게코 여사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지만, 봉은사에서는 조카 겐 백 하쿠다가 “유골은 미술관이 아닌, 49재때부터 안치했던 봉은사에 계속 두겠다”면서 따로 100일재를 지냈다.

경기문화재단과 백남준스튜디오, 그리고 부인과 조카의 골깊은 앙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지난달엔 서울시립미술관의 백남준 작품 ‘서울랩소디’의 훼손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백남준 작품 ‘일본해’ 표기로 인한 철거 해프닝도 일어났다. 1996년 쓰러진 후 휠체어에서만 앉아 지냈던 백남준이 저승에서도 고물 러닝머신에 끌려가는 바이올린처럼 이승의 각종 해프닝으로 편치 못할 것만 같다. (02)391-9171

〈이무경기자〉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605101747561&code=960202#csidx8f837a0059f62c9a00a322be3c1c1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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