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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는 ‘검은 봉다리’… 자연파괴 꼬집다

이경호 작가 ‘봉다리’ 시리즈 작가에게 마트 비닐봉지는 특별한 것이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작업하고 전시를 이어가면서 늘 옷을 담는 도구로 함께 했다. 집으로 돌아와 보따리를 풀 때 밀려오는 허무감도 비닐봉지에 담아버렸다. 작가에게 비닐봉지는 고독을 견뎌야 하는 허무덩어리가 된 셈이다.어느 날 그것으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부유하는 현대인의 모습이다.‘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고갱의 마지막 작업 제목을 주제로 비빈봉지를 바람에 날려 각 여행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이른바 ‘봉다리’ 시리즈다. 여름방학 때면 무전여행을 즐긴 작가에게는 안성맞춤인 작업이었다. 홍콩, 경주, 베이징, 파리, 브뤼셀, 뉴욕, 하와이, 마이애미, 나오시마, 몽골 등지를 그렇게 다녔다. 이경호(50) 작가의 작업 스토리다.

지구 건강성 위기를 형상화하고 있는 ‘봉다리’시리즈.

“애를 낳고 생사를 오가는 심장수술 이후엔 비닐봉지가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생명과 아이가 살아갈 미래였다. 체온이 2도만 올라도 아이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던 모습에서 지구온난화를 다시금 바라보게 됐다. 지구도 사람 체온과 같이 2도만 올라도 큰 문제가 생길 것이란 통찰이 생겼다. 비닐봉지가 석유덩어리로 비치기 시작했다.” 그는 비빌봉지를 띄워 영상과 사진 작품을 시도했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신체 온도라는 돌직구로 긴급성을 환기시켜보고 싶어서다.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은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무섭게 만들어 직시하는 것이다.내 작업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그의 작품은 오는 11월18일부터 12월18일까지 순천만국가정원에서 펼쳐지는 ‘순천만국제환경미술제’에 출품된다. 26개국 57인(팀)이 참가하는 환경미술제다. 순천만은 지구 평균기온이 3.5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2100년 1m 이상의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가능지역 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4도에서 6도가 올라가면 지구생물체의 95%는 멸종된다.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지구의 미래,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할 때다.” 그는 아이의 체온이 3도 이상 오르면 어떻게 되냐고 반문한다.지구의 평균기온이 3도가 오르는 것도 위급상황이라는 얘기다. 얼마 전부터 일회용품을 거부하고 전기자동차를 사용하고 있는 그는 ‘나부터 실천이 인류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이경호 작가

이 작가는 영국의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의 책 ‘6도의 멸종’을 전도사처럼 주변 사람에게 전하고 있다. “온도가 1도 오르면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정상의 만년빙이 사라지고, 산 아래 사람들은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 세계 각지의 희귀 동식물이 서서히 멸종할 것이다. 온도가 2도 오르면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해 해안가에 있는 도시들이 물에 잠기며, 이산화탄소의 절반이 바다에 흡수되면서 석회질로 된 생물들이 죽어간다.”그는 온도별로 지구 건강을 요약했다. “3도 오르면 양의 되먹임 현상으로 온난화는 가속된다. 아마존 우림지대가 거의 붕괴하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이탄(泥炭)층이 불에 탄다. 지구 평균기온이 4도 오르면 남극 빙하가 완전히 붕괴한다.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의 영구동토층이 녹고 메텐하이드레이트에 포획돼 있던 온실가스인 메탄이 대량으로 방출된다. 5도 오르면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모두 사라지고 정글도 불타 없어진다.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벌인다. 6도 오르면 죽은 생물들의 사체에서 발생한 황화수소가 오존층을 파괴해 자외선을 크게 증가시킨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대멸종이 진행된다.” 사실 산업혁명 이후 최근 15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0.85도 올랐을 뿐이다.전문가들이 보는 임계점은 2도로 보고 있다. 이 작가의 석유덩어리 작품이 전하는 진실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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